이재규 감독을 만나고 나서 .....
정말 열정적인 분이시다..
어디에 그런 정열을 숨겨 놓으신걸까..
INTERVIEW
만드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여전히 ‘
Interview by Park Hyun Suk, Photography by Lee Han Suk
베토벤 바이러스 회상
- 드라마를 끝내고 벌써 5개월이나 지났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드라마를 끝내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뉴질랜드 여행을 다녀왔어요. 드라마 촬영하는 6개월 여간 잠을 거의 자지 못해 몸이 많이 지쳐있었는데, 여행을 하면서 많이 건강해졌어요. 돌아와서는 집에서 지내면서 책도 읽고, 연극이랑 영화도 보면서 지냈어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대경대학에서 드라마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어요.
- 베토벤 바이러스가 일본에 방영되면서
지난 4월6일부터 베토벤 바이러스가 TV 도쿄에서 방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재미있게 보고 계신지 궁금하게 여기고 있었어요. 저희 드라마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아세요? 아무래도 일본 시청자들은 한국의 시청자들과는 좀 다른 감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일본 시청자들도 좋아하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 베토벤 바이러스 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진짜 베토벤 바이러스에 정신없이 빠져 지냈어요. 그래서 그런지 베토벤 바이러스를 끝낸 게 엊그제 같아요. 원래 사진을 잘 안 찍는데, 이번 작업을 할 때 스틸 사진 작가분들이 제 사진을 많이 찍어주셨어요. 며칠 전 사진을 챙기다 우연히 보니까, 어떻게 그 힘든 촬영을 다 했는지 믿어지지도 않고 실감도 안나더라고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 같이 어색해요. 항상 일을 끝내고 나면 느끼는 것인데 한바탕 꿈을 꾸고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이재규 감독의 첫 미니시리즈 ‘다모(茶母 MBC 2003)’도 그렇고 ‘패션 70s(SBS 2005), 베토벤 바이러스 등이 쉽지 않은 주제다.
다모 후에 연출했던 나비, 소림사에 형님이 산다,
- 다른 주제의 드라마를 먼저 준비했는데, 왜 클래식 음악 드라마를 만들게 된 것인가?
의학 드라마를 기획하느라 두 달 동안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먹고 자면서 의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전 조사를 했는데 잘 안 풀렸어요.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구상했는데 그것도 이야기가 잘 안 풀어지더라고요. 홍진아, 홍자람 작가와 모여 사회적으로 비주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작은 성공을 얻어 주류가 될 뻔하지만, 결국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나눴고요. 이야기의 배경을 찾다가 우연히 작가분 중 한 분이 클래식이 어떠냐고 제안해서 캐릭터 설정하다 보니 베토벤 바이러스의 틀이 만들어졌더군요.
- 평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클래식 음악은 완전 문외한이에요. 그런데 차 타고 이동할 때 주로 클래식 음악을 듣기는 하는데 알고 듣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아무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은 아니고요. 제가 클래식에 대한 기호는 있어서 듣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끄기도 해요. 저는 성악곡 보다는 오페라 서곡을 좋아해요. 요즘, 나이 들어가는 것 같아 일부러 가요를 들으려고 하는데 클래식 음악이 편하고 좋아요.
- 클래식 음악이라는 소재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 ‘노다메 칸타빌레’와 ‘피아노의 숲’이랑 많이 비교 되었다. 차별화를 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혹시 두 만화를 직접 본 적이 있나?
노다메 칸타빌레는 저도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이자 드라마였어요. 그리고 피아노의 숲은 보려고 했는데,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이 들어가면서 바빠져서2권만 읽었고요. 클래식 음악이 소재가 되었다니까 보지도 않고 따라 했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초반에는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처음에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배경이 같아 에피소드의 한계성도 있을 것 같아, 차별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요. 그런데 작가분들이나
-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었던 클래식 음악 드라마인 베토벤 바이러스의 성공요인을 든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좋은 대본 덕분이라고 봐요. 누구도 베토벤 바이러스를 좋은 대본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지만, 제가 보기에 작가분들의 진심과 열정이 담겨 있는 대본이었어요. 그리고 그 대본 속 캐릭터들을 100%를 넘어 200%까지 살려준 김명민,
훌륭한 대본과 연기 그리고 열정이라는 하모니
- 베토벤바이러스 제작 전 공개 오디션을 보기도 했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기획하고 MBC방송국 관계자 여러분들하고 상의할 때, 노다메 칸타빌레 프로듀서나 연출자를 한 번 만나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클래식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작업을 했으니, 만나서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혹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했어요. 그래서 맨 처음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좋은 음원을 구해야겠다는 것이었죠.
유니버셜 뮤직과 서울 시향을 통해 좋은 음원을 받기로 했지만, 드라마 설정 상 초반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주를 못해야 했기 때문에 엉망으로 연주해주실 수 있는 연주자와 촬영 현장에 등장할 연주가 가능한 연기자도 필요했어요. 그래서 연주 부분과 연기 부분을 보는 오디션을 가졌던 거예요.
- 드라마 속에서 클래식 음악은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보통 드라마에서는 사건이나 이야기만으로 시청자들의 관심과 감동을 불러일으켜야 해요. 그런데 베토벤 바이러스는 클래식 음악이 드라마와 시청자를 이어주는 중간자 역할을 했어요. 3회 들판에서 ‘가브리엘 오보에’을 연주하는 장면은 연주자의 숨겨진 능력을 이끌어 내는 지휘자 강마에의 능력을 보여주죠. 5회 첫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귀가 안 들리는 두루미를 지휘로 이끌어 주는 것이라든지,
- 강마에를 어떤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나요?
제가 그리고 싶었던 강마에는 노인네 같지 않은 지휘자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지내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그의 태도가 코믹하게 비쳐질 때도 있는, 원칙을 중시하며 위압적인 태도가 주변사람이 가까이 갈 수 없게 만들지만, 묘하게 매력이 있는 인물이었어요. 생각하고 있던 강마에를 김명민 씨가 완벽하게 표현해 줬을 뿐만 아니라 강마에라는 캐릭터의 좀 어두운 구석과 진실한 면을 더 깊이 가미해줬어요.
- 강마에가 시청자들에게 너무 사랑을 받아서 좀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강마에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제 예상보다 더 사랑을 받다 보니 이야기의 균형감이 살짝 깨졌어요. 강마에 때문에 시청율이 올라가고 내용도 좋아지긴 했는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좀 소홀해지는 경향이 생긴거죠. 그래서 강마에와 강건우의 대결 구도라는 과격한 구도를 쓰기도 했고요. 좀 더 예측했다면, 다른 등장인물을 위한 이야기 요소를 더 넣었을 거예요.
- 두루미나 작은
두루미는 아쉬운 구석이 있어요. 음악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양쪽
작은 건우의 캐릭터는 시놉시스부터 드라마가 진행되면서도 약간 왔다 갔다 했어요. 매우 밝고 씩씩하면서도 남자다운, 무뚝뚝한 청년이었어요.
- 베토벤 바이러스에는 기라성 같은 조연들이 참여를 많이 했습니다.
저는 배우 복도 많고 스태프 복도 많은 연출가인 것 같습니다. 주연을 맡았던 김명민 씨도 그렇고
- 베토벤바이러스는 많은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나가려고 했었다.
1회와 2회 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을 때 산만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시다발로 진행시키면서 그들끼리의 관계나 삶의 여정을 쫓는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끝까지 밀어 붙이지 못한 인물들이 몇몇 있어요.
- 시놉시스와 달라진 것이 있는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잔잔한 에피소드 한 두 개 정도 보충되었거나 빠진 정도라고 보면 되지요.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을 꼽으라면 마지막 연주를 강마에가 하지 않기로 했었어요. 그냥 지휘봉을
- 촬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나 기억에 남는 것은?
오케스트라 연주 장면이 제일 힘들었어요. 아무리 짧은 연주 장면이라도 거의 밤샘을 해야 했었죠. 강마에와 한 명이 교감하는 장면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안에 있는 모든 배우와 주고 받는 감정을 연출해야 했기 때문에 한 번 스탠바이 하면 그대로 쭉 가야 했어요. 편집하면서 괜찮을 것 같아 조금 틀린 부분도 넣었는데 귀신처럼 찾아내서 지적해주시는 시청자들도 많았어요. 할리우드 영화에도 가끔 작은 실수가 보이니까 좀 이해해 주세요. (웃음)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루미가 물에 빠졌을 때 보았던 수중 현악 4중주 장면도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눈을 계속 뜨고 있어야 하는
- 촬영해 놓고도 방송되지 않은 장면도 많은가요?
강마에가 너무 만화적인 캐릭터라서 현실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보충 대본을 써서 추가로 촬영한 것도 있었어요. 비 오는 비엔나 뒷골목에서 여자와 헤어지고 토벤이를 만나는 장면이 있었죠. 거기 등장한 여자 분과 몇 장면 더 찍었는데 사용하지 않았어요. 강마에가 단원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기다리다 돌아가는 장면에는
- 촬영 당일 대본이 나오기도 하는 미니시리즈와 달리 여유 있게 대본이 나온 것으로도 유명했습니다.
방송되기 전에 8회분 정도의 대본이 나와 있었어요. 그리고 촬영 들어간 후 촉박할 때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미리 대본이 나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드라마 촬영 중에 작가분들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도 촬영에 지장이 없이 대본을 마무리해 주셨으니, 두 분께 정말 정말 감사해요.
-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가들이 카메오로 많이 등장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이런 장면에서 유명한 누가 나와줘서 함께 공연하는 장면을 찍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 자신도 카메오로 출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히치콕 감독처럼 자신의 작품에 앞으로 계속 카메오로 출연하실 생각인가?
제가 출연을 하면 연기자들도 그렇고 스태프들이 모두 재미있어해요. 그래서 촬영현장의 분위기가 더 좋아져요. 드라마에 큰 손상을 주지 않는다면 카메오로 등장할 생각이 있어요. 저도 촬영을 하면서 재미가 있고요. 사실 이번에 제가 등장한 장면은 보조 출연자가 모자라서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해서 만들어졌어요. (웃음)
베토벤 바이러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끝났다!
- 한정된 조건 속에서 최고의 결과를 냈는데 아쉬움은 없나요?
제가 만든 것이니까 드라마 장면이 하나 하나 다 애착이 가고 아쉬워요. 조금 더 시간이 있고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요. 그렇다고 막 아쉬워 하는 것은 아니고요, 시청자들에게 이 정도로 넘치는 사랑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요.
- 만약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까요?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작은 건우의 생각이 바뀌는 상황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었겠죠. 어떤 계기로 강마에에게 대항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계기로 다시 화해하게 되는지 보다 세밀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작가분들이랑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요, 강마에와 강건우의 관계를 좀 더 극적으로 몰아갔겠죠. 스승의 사상을 따라가다가 반하게 될 수도 있고, 프라이드와 융처럼 서로 상반된 길을 걷게 될 수도 있었겠죠.
엔딩 부분도 에필로그를 만들어 좀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을 거예요. 모래 먼지가 휘날리는 활주로에 비행기 한 대가 내려오고, 깔끔한 슈트 차림의 강마에가 내리는 거에요. 그리고 땀으로 얼룩진 낡은 셔츠를 입고 있지만 음악의 끈을 놓지 않은
- 일본의 시청자들에게 드라마의 감상 포인트를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제가 오늘 입고 나온 이 점퍼를 오랜만에 꺼내 입었는데요. 베토벤바이러스를 기획하는 동안과 제작 발표회 때 입었던 거예요. 오랜만에 입고 나오려고 주머니를 보니, 제작 발표회 때 읽고 싶어서 기형도 시인의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라는 시를 적어두었던 쪽지를 봤어요. 제가 이 시를 읽고 잊었던 꿈을 고집스럽게 붙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베토벤 바이러스를 기획했거든요.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이 작은 계기로 잊었던 꿈을 다시 꾸게 되고 작은 행복을 느끼게 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만들자고 생각했거든요.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생략)’ 그리 길지 않은 시였는데, 모두 적어 드리면 저작권 문제에 걸릴까요?(웃음) 여러분들도 베토벤 바이러스 속의 못난이 캐릭터들처럼 꿈을 포기하지 말고 찾아내시길 바랍니다.
- 드라마를 만들 때 점점 용기가 없어지고 자신감이 없어진다고 했다.
예전에 이장수 선배가 드라마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하셨는데, 그때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한 작품,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는 생각도 들어 공부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기고 하는 걸 보니 점점 자신감이 없어져요. 시청자들의 눈도 의식하게 되고요.
- 다음에 어떤 작품으로 만날 수 있게 될까?
지금은 이것저것 생각하는 중이에요. 스릴러 판타지가 될 수도 있고, 소방관 이야기, 만화가
Profile
96년 서울대 신문학과 졸업 후 MBC 방송국에 입사. 97년 단편드라마 솔로몬의 도둑, 내가 사랑한 마법사, 98년 일일드라마 보고 또 보고, 99년 주말 드라마 국희 등의 조연출로 경력을 쌓았다.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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