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제목>>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7가지 역할을 거뜬히 해 낸
예술감독
전문>>
웨이브 진 헤어스타일, 격식을 갖춘 블레이저 차림의 지휘자이자 예술 감독인
Interview by Park Hyun Suk, Photography by Lee Han Suk
본문>>
제가 생각하는 베토벤 바이러스는 남달라요. 세계적으로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 이야기하고. 헨델을 음악의 어머니,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 모차르트는 음악의 천재,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 베토벤은 악성이라고 해요. 악성(樂聖)은 음악 樂, 성스럽다 聖을 풀이해 보면 성스러운 음악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거대하고 위대한 음악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제게 베토벤 바이러스는 거대하고 위대한 음악에 감염되어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된 클래식 음악 드라마의 예술 감독을 어떻게 맡게 되셨습니까?
예전에
- 예술 감독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이었습니까?
처음에는 그냥 오케스트라에 대한 조언과 선곡만 해주면 될 것 같았는데, 점점 저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아졌어요. 대본에 나오는 대사 중 클래식 전문 용어도 체크부터 연주할 수 있으면서 연기할 수 있는 연기자 캐스팅을 위한 오디션 심사, 대본에 들어가는 클래식 음악 전문 용어 수정, 김명민 씨와
- 강마에의 라이벌인 ‘
드라마 구성 단계에서
-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맡은 일이 많은 만큼 스트레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일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에요.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 일이 끝날 때까지 ‘잘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생각만 합니다. 그리고 연출자가 저와 아주 친한 형과 동생 사이기 때문에, 동생인 연출자를 최대한 믿어주고, ‘좋은 연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생각으로 임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받지는 않았어요. 시청자들이 초반에 연주 장면에 대한 지적을 많이 했을 때는 좀 힘들었지만.
-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 들어가기 전에 300여곡을 선곡해 놓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습니까?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보았을 듯한, 대중에게 가까운 클래식 음악을 선곡했어요. 베토벤 바이러스와 함께 방영되었던 ‘바람의 나라’와 ‘바람의 화원’이 워낙 쟁쟁한 드라마라서 어려운 클래식 음악이 나온다면 외면당 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귀에 익숙하고, 조금은 모자란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위한 선곡이었어요.
-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위한 선곡이라니요?
베토벤 바이러스의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실력이 뛰어나지 않잖아요. 그래서 드라마 전개상 10초 정도 연주가 잘 되다가 누군가(대부분
- 실제 연주 곡이 아닌 녹음된 연주 곡을 사용했습니다. 이유는?
처음에는 유니버셜 뮤직과 서울 시향에서 음원을 제공받기로 했어요. 그런데 음원이 너무너무 훌륭해서 저희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못난이 단원들이 내는 소리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실연을 해서 사용하려고 했는데,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이 연주할 때마다 미묘하게 속도라든지,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녹음을 하게 된 것이에요. 사실 노다메 칸타빌레는 튜닝하는 소리까지 다 녹음해서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저희 사전 지식이 없어 쉽게 생각했던 것이에요.
강마에 스타일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마에의 고집스러운 성격이라든지, 클래식에 대한 성향과 같은 캐릭터는 작가분들과 연출자가 다 잡아 놓은 상태였어요. 저는 헤어스타일과 지휘자로 보이게 만드는 의상 스타일 그리고 평소 지휘자들이 잘 하는 행동이라든지 뭐 이런 것을 조언해주었어요.
클래식에 대한 강마에의 취향을 고려해 평소에도 꼭 베스트를 입고, 재킷도 어깨가 곡선으로 처리된 것보다는 각진 디자인을 권했고요, 커프스 버튼이나 회중시계 같은 소품도 추천했지요. 김명민 씨 스타일리스트인
- 김명민과
제가 두 사람을 가르쳐보니, 성격하고 역할하고 잘 맞아떨어지는 캐스팅이었다고 느낄 수 있었어요. 완벽주의자인 김명민 씨는 세계적인 지휘자인 강마에처럼 보이기 위해 멋있게 지휘를 해내야 했어요. 그래서 캐스팅이 결정되자, 계약서도 쓰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제게 와서 지휘를 배울 정도였어요. 그리고 대본이 나오면 제게 가지고 와 리딩 연습도 하고, ‘지휘자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요?’ 물어 볼 정도에요.
- 악기를 다룰 줄 모르는 배우들이 프로 연주자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어떻게 했습니까?
제가 맡은 역할 중 제일 힘들었던 역할이 바로 몇 개월 만에 악기를 제대로 잡을 줄 모르는 연기자들을 가르치는 일이었어요. 손가락만 잘 맞추면 되는 관현악은 비교적 쉬운 편에 속했어요.
- 악기를 가르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제자는 누구입니까?
주요 배역을 맡은 출연자 모두에게 악기 선생님이 있었어요. 악기 선생님들은 제게 진도가 얼마만큼 나갔는지 제게 알려주었고요. 제일 심각했던 분이
- 드라마 촬영에는 처음 참여하신 것인데, 공연하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을 듯 합니다. 촬영에 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드라마를 만드는 스태프나 연기자들은 밤 세우는 것이나 며칠 못 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연주자들은 밤을 며칠씩 세우며 연주하지 않잖아요. 제가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연주 촬영은 10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10시간 정도면 충분히 필요한 장면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드라마 스태프들은 그러겠다고 대답은 하면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고 하더군요. 연주자들은 리허설이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베토벤 바이러스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 장면입니다.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첫 무대였던 5회 공연 장면과 클래식이 모든 사람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10회의 합창 교향곡은 당연하고요.
마음에 남는 장면은 16회에서 사라진
- 카메오로 한국의 유명한 연주자들의 참여가 많았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들이 나와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섭외를 한 것이에요. 강마에가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등장한 라이벌인
- 베토벤 바이러스 방영 이후 클래식 공연하실 때 느끼는 달라진 것이 있는지?
드라마 때문에 저를 관객들이 ‘서마에’라고 부르시는데, ‘마에스트로(Maestro)’라는 명칭을 받기에는 좀 부족한 지휘자에요.(웃음) 대중에게 클래식이 편안한 음악이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강마에가 말하는 것처럼 귀족만을 위한 음악도 아니고 특정한 사람만이 하는 음악이 아니거든요. 모차르트가 왕이나 귀족 앞에서 연주도 하고 작곡도 했지만, 보통 사람들을 위해서도 똑같이 했던 음악이에요. 클래식이 즐겁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공연에서 한결 클래식이 대중에게 가까워졌다고 느낄 수 있어요.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관객도 많이 늘었고, 클래식 음반도 많이 찾으시고, 악기를 배우시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들었어요.
- 일본에서 베토벤 바이러스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일본 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일본 애니매이션이자 드라마로 만들어진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비중 높게 다뤘던 음악과 겹치지 않도록 선곡을 했어요. 일본은 한국보다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온 클래식도 많이 들어주세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서 저희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했던 연주 단원들과 함께 공연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과 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올해가 멘델스죤 200주기거든요. 결혼식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축혼 행진곡도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곡 중 하나에요. 대규모 관현악단을 위해서 작곡한 것인데 우리는 피아노 연주로만 듣잖아요. 이렇게 일상에서 쉽게 들었던 클래식을 멋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즐길 수 있는 공연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Profile
부산대학교 성악과를 줄업후, 198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유학하여 비엔나 시립 콘서바토리에서 성악과 전과정과 오페라과, 교회음악과를 졸업하고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 음악원에서 성악교육과, 오페라과, 그리고 독일 뮌헨 프린츠레겐텐 극장 오페라과를 수료했다. 지휘에도 관심을 가져, 유학 중 빈 시림음악대 앙상블 지휘과와 러시아 그네신 음악원 오케스트라 지휘과를 수료하고 비엔나 국제 마스터클래스를 수료했다.
귀국 후 성악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다, 서라벌 대학의 교수를 거쳐 서울종합예술원 교수로 활동하였고,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 겸 지휘자이며 라디오와 방송에서 클래식을 소개하는 방송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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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빛나게 만든 연주 에피소드
강마에에 빠져 산 김명민
김명민씨는 단지 연기일 뿐인데도 6개월 동안 열심히 지휘를 배웠습니다. 사실 출연하기로 결정한 바로 다음날부터이니까, 출연 계약도 하기 전부터 제게 찾아와 하루에 00시간씩 배우기 시작했어요. 드라마의 강마에 지휘법은 제 지휘법에 카라얀 지휘를 덧씌운 지휘법이라고 보면 됩니다. DVD를 함께 보면서 음악 부분에 따른 지휘 자세를 잡았다. 진짜 지휘자처럼 보이기 위해 김명민 씨 뒤에 서서 서로 손을 묶어 가르치다 보니 둘이 똑같이 어깨가 굳어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 공연 촬영은 중계차 6대와 ENG 카메라 2대가 동원되기 때문에 한 번 NG를 내면 그 손해가 막대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김명민씨는 지휘장면에서 절대 NG를 내는 법이 없었다. 공연 촬영할 때 저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 박자 카운트를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5회 공연 장면을 찍을 때 여느 때와 같이 카운트 준비하는 저에게 김명민 씨가 “혼자 해 볼 테니, 틀리면 그때 카운트 해주세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약간 걱정을 했는데, 너무나도 NG없이 혼자서 지휘를 잘해냈다.
즉흥 지휘를 즐기는
철저하게 강마에에 빠져서 김명민이 지냈다면,
예쁘고 긴 손가락 덕분에 고생한
이지아씨처럼 그렇게 날씬하고 긴 손가락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가 대역을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은 모든 장면을 대역없이 본인의 손으로 촬영을 했다. 바이올린은 예민한 악기라 연주 모습을 흉내 내 연기하는 일이 무척 힘들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직접 오케스트라와 연주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문제는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점점 빠른 곡이 선곡된 것이다. 바이올린 전공자들도 쉽지 않은 곡을 몇 개월의 연습으로, 비록 똑같이 소리는 못 낼지라도 훌륭하게 연기해 낸
연주 흉내내기의 1인자
다른 드라마와 촬영 일정이 겹쳐 연습 기간이 짧았던
5회의 첼로 솔로곡인 <리베르탱고>연주 장면을 위해 DVD를 밤새도록 보며 활이 움직이는 각도, 현을 쥐는 손의 모양, 팔의 움직임에 따른 몸 전체의 움직임, 연주할 때 표정까지 집중적으로 연습해 멋지게 연기를 했다.
음표대신 손가락 번호로 연주한
팔자주름으로 트럼펫 명연주자로 거듭난
트럼펫 연주자들이 40년 이상 불어야 생긴다는 입가의 팔자 주름. 소위 트럼펫 명인들이 갖고 잇다는 그 팔자 주름을
정통 클래식만 연주해 오던 연주자에게 술집 특유의 꾸밈음이 많이 들어간 연주를 부탁했기 때문에 트럼펫 명연주자이자 불광동 돈텔파파(술집)의 수석 연주자인 극중
끈질긴 노력파 정석용
현악기 배우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정석용 씨는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다. 악보도 전혀 볼 줄 몰랐는데,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악보도 읽을 줄 알고, 오디션 보는 장면에서는 '합창 4악장'을 직접 연주도 했다.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 당시에도 매일 2~3시간씩 지도 받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들의 고질병 부위인 허리까지 아프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여고동창생 바이올리니스트
배우 오디션을 볼 때 발탁된 연기자들로 연주하면서 연기도 되는 매우 드문 사람들이었다. 오디션 때 조세은은 “저는 사실은 전자 바이올린을 더 잘할 수 있거든요”라며 즉석에서 앰프를 연결하고 연주를 했다. 그 모습을 그대로 드라마에서도 재현했던 것이다.
동물병원 원장이자 클라리넷 연주자 김익
수면제를 먹고 쓰러진 토벤이를 치료해 준
날씨가 맑아도 걱정, 흐려도 걱정!
3회에서 미션의 OST인 <가브리엘스 오보에>를 연주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처음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촬영장으로 가야했는데 가는 길부터 빗장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찌 됐건 모든 배우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분장을 끝내고 촬영 스태프들과 함께 들판에 모였다. 카메라와 조명을 설치하고 감독의 레디 액션이 우렁차게 들리자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많은 배우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스태프들 모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날 우리는 밥만 먹고 하늘만 원망하다가 스케줄을 바꿔 안성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맞지 않아 다시 촬영을 그만둬야 했다. 세 번째 스케줄이 잡혔다. 하늘은 그날 너무나도 아름다운 구름과 날씨로 정말 환상의 들판을 허락해줬다. 자연 그대로의 햇살에 바람이 산들산들 불고 새는 날아가고 구름은 흘러가고 그야말로 천국의 정원인 듯한 곳에서 촬영이 시작되었다. 물론 촬영현장은 시끄러웠다. 리듬을 맞추기 위한 구령을 붙이는 제 목소리에 감독의 ‘큐~’소리 때문에 요란 벅적지근했다. 그 장면을 모두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고 오해하는데, 지평선에 걸린 성만 빼고 100% 자연산이다.
날씨가 너무 좋아 곤혹을 치룬 경우는 10회 공연 장면이다. 수해가 난 상황에서 공연을 강행해야 하는 내용이었는데 비가 오기는 커녕 구름조차 끼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너무 맑은 화창한 날에 비를 뿌리면서 촬영했다. 빗물에 젖어 악기가 쪼개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멀쩡한 악기를 쪼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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