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는 그 지리지리한 마라톤에 왜 인생을 비교하는지 몰랐다.
인생은 그냥 인생일 뿐인데...
그런데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다 보니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어느 주말인가 본 TV 오락 프로그램 중 '남자의 자격'에서 '아~'라고 느낄 정도로
인생이 마라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물론 앞과 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출발선의 차이는 그렇게 마라톤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건 대학교 때 4.19기념 10km였는지, 5km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경제학과라는 특성 때문에 여학생 절대 부족! 심지어 수업 들으러 나온 여학생마저 별로 없다는 이유로
과 대표로 그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선배들의 응원에 힘입어 맨 앞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도착에 그 출발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래 나의 짧은 마라톤 경험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살면서 마라톤이 인생과 같다는 것을 왜 잊고 있었을까? 왜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시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되었을까.
정말 웃긴다.
여하튼, TV 속 인물들은 똑같이 출발선에 섰다. 심지어 참가 불가라고 판정받은 인물까지 당당하게 출발선에 섰다. 그리고 '땅! 땅! 땅!'(아닐 수도 있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모두 한걸음 한걸음 의욕넘치게 발을 떼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기에는 비등비등하게 마라톤에 전념한다. 1km, 2km, 3km...을 지날 때마다 앞으로 나서는 사람들, 뒤로 처지는 사람들, 포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맨 뒤에 뒤쳐져 포기할 듯 달리는 이윤석 씨를 눈여겨 보게 되었다. 그 분은 아예 출전을 하지 말라고 조언을 듣던 사람이다.
만약 인생이었다면, 신께서 생명을 주실 때 '자네는 몸도 약하고, 의지도 약하지 세상에 나가지 말거라!'라고 판정한 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신의 명령을 어기고 몰래 세상에 나온 것이라고 할까...
어찌되었건 간에 달리기 시작한다. 아니 걷는 것에 가깝게 마라톤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중간에 앞서 갔던 이경규 씨를 뒤로 하기도 하고, 다시 포기할 줄 알았던 이경규 씨가 그를 앞지르고...
정말 장시간의 레이스를 펼친 후 결승점에 골인.
인생은 그런 것이다. 똑같이 출발했지만, 나보다 나을 수도 있고 어느 순간 내가 다른 사람보다 나을 때도 있다. 아무도 인생의 굴곡을 예측할 수 없다. 그냥 앞만보고 다리를 올리고 다시 땅에 발을 디디는 행동을 꿋꿋이 해나간다면 1등으로 골인 해 화려한 축하를 받을 수 있기도 하고, 마지막에 결승점을 통과해 작지만 진심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받을 수도 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1등이 되었든, 꼴치가 되었든 간에 마지막 순간에 도달했을 때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나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약간 높은 언덕을 숨을 헉헉대며 올라가고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평탄한 평지를 달리느라(가끔 살짝 낮은 구릉을 만나기도 했겠지만), 숨을 어떻게 고르는지 모르고 있다.
처음으로 만난 높은 언덕인 것 같다. 가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나를 믿고 옆에서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잠깐 포기하는 것을 뒤로 미뤄두었다.
우선 멀리 내다보기도 힘들어, 내 코 앞의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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