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차이의 벽을 뛰어넘어 한 여인을 사랑한,
인간미 넘치는 왕을 가슴에 품은 배우
전문>>>>
Interview by Park Hyun Suk, Photography by Song Kyung Sub
정조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 <이산>
지난 2003년 방송된 퓨전사극 <다모(茶母)>에 이어 두 번째 사극 <이산>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연기를 펼친
<이산> 속 정조를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만드는 것은 송연과 대수와의 관계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우정을 간직한 세 사람의 관계를
<이산>을 끝내고 한동안 활동이 뜸했다. 어떻게 지냈나요?
10개월 동안 계속된 촬영으로 인해 떨어진 체력 관리를 하느라 운동을 했어요. 원래 헬스 마니아였는데, 답답한 실내에서 하는 운동보다 야외에서 하는 골프를 배웠어요. 겨울에는 스키도 타면서 보통 사람들처럼 지냈어요. 3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해피타트(Habitat for Humanity) 사랑의 집 짓기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한국 검찰청 홍보대사로 행사에도 참여 했고요. 올해에도 해야 하는데 촬영이랑 겹쳐서 좀 미뤄두고 있어요.
<이산>이 일본에서 8월부터 방영될 예정인데 간단한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까지 방영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특히 제가 출연한 드라마가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기분 좋은 일이에요.
처음 <이산> 출연을 망설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의를 받았을 때 미니 시리즈와 달리 분량이 너무 긴 사극을 하고 싶지 않아서 정중히 안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리고 당시 대본도 안 나왔고, 다른 연기자들 캐스팅도 전혀 안된 백지 상태였기 때문에 <이산>이라는 드라마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의를 받고 왜 정조라는 왕에 대한 드라마를 만들까 하고 찾아봤는데,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지만 굉장히 훌륭한 왕이더라고요. 한 번 제대로 재조명되어야 하는 왕 중에 한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훌륭한 왕이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에 응했어요. 또 하나,
드라마 제목이 ‘정조’가 아니라 정조가 왕이 되기 전에 불렸던 이름이었던 ‘이산’인 것처럼 왕의 모습보다는 인간적인 부분에 더 중점을 두셨어요.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정조의 정치관과 경제관, 생활 등을 볼 수 있는 일대기를 분석을 좀 했는데 감독님이 그만두라고 하셨어요. 정형화된 왕의 모습에 제 연기가 갇힐까 봐 걱정이 되셨던가 봐요. 대신 초등학생 수준의 정조 동화책 2권을 주시더군요.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독님의 뜻을 알 수 있었어요. 무게를 잡거나 목소리 낮게 깔면서 24시간 정치를 하는 왕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었던 거예요. 사람으로 살 때는 사람 냄새 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미였던 거죠.
그렇다면 정조의 어떤 부분을 부각하려고 했나요?
저 또한 기존 사극에서 보여졌던 근엄하고 권위적인 왕의 모습이 아닌 인간적인 정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처음에 출연을 거절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기존 보아왔던 왕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도 있었거든요. 왕이 아닌 인간 정조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감독님 말씀을 믿고 시작한 만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왕의 핏줄로 태어난 운명에 의해 왕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라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왕이 되는 과정을 밟아가면서 느꼈을 감정을 많이 드러내려고 했어요.
문무를 겸비한 정조를 연기하는데 힘들지는 않았나요.
정조의 인간적인 모습을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지, 액션과 연기를 넘나들면서 연기하는 것은 힘들지 않았어요. 드라마의 중심 내용을 이끌어 정조가 글과 서예뿐만 아니라 그림, 무술까지 뛰어난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은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다모>에서 말타기를, 영화 <무영검>에서 무술을 배워뒀기 때문에 대역없이 대부분의 장면을 직접 연기할 수 있었어요.
촬영장에서
저는 궁금한 것이 있거나 의견이 있으면 곧바로 말씀 드리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정조를 해석하는 시각이 조금 달랐어요. 감독님은 왕은 무슨 일이 있어도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저는 왕이라도 화낼 때는 불 같은 성격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이었죠. 좀 더 인간적인 측면이 강조된 정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시간이 갈수록 감독님께서도 제 의견을 믿어주시는 걸 느끼면서 연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대본 연습실에서 일대일 지도를 받았어요. 발성과 발음이 안 되면 유명한 연기자라도 카메라를 끄시죠. 복식 발성부터 하나씩 배웠어요. 상대에 따라 각기 다른 음색과 톤으로 연기하라고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할아버지이신 영조께는 효심이 가득한 목소리를 냈고,
<이산> 속 정조를 이야기할 때 송연과 대수를 빼놓을 수 없는데,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정조를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송연과 대수와의 관계예요. 어린 시절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만나 친구가 되고, 극적인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죽을 때까지 우정과 사랑을 나누기 때문에 왕 정조가 아닌 세 아이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송연은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도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평소의
영조(英祖)를 맡았던
영조(英祖)를 대하는 모습이 세손 시절인 박지빈군 연기와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아역에서 성인으로 넘어갈 때 너무 동떨어진 사람으로 보이면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박지빈군이 등장하는 부분을 유심히 봤어요. 처음에는 지빈이가 연기한 세손시절의 느낌을 갖고 연기를 했어요. 점점 제 모습에 익숙해지면서 본격적인 제가 생각했던 정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하더군요?
저는 웃으면서 촬영하는 것이 좋아서 실제로 장난을 잘 치는 편이에요. 특히 사극은 분장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배우들이 많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많고, 힘든 촬영이라 다들 지치기 쉽거든요. 제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배역을 맡았기 때문에 분위기가 쳐지지 않도록 한다고 했던 행동이 분위기 메이커로 보였을 수도 있죠.
정조는 밝게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별로 많지 않았어요. 그리고 애드리브는 정조의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싶어서 해 본거에요. 대수가 무과에 급제하는 장면에서 감독님께서 둘이 아는 척을 하는 어떤 사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윙크를 해봤던 건데, 감독님께서 그건 아닌 것 같다며 그냥 마주 보고 미소 짓는 걸로 다시 가자고 하셨죠. 그런데 편집하시면서 제 윙크 장면을 그대로 살리셨더군요. 송연과의 혼례식 장면에서
정조를 연기하다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권위적으로 행동할 때는 없나요.
연산군이나 광해군을 연기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지요. <이산>은 제게 많은 깨우침을 준 드라마에요. 왕 역할을 하다 보니 전부다 제 밑이잖아요. 그래서 선후배 할 것 없이 드라마를 하는 동안에 잘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미니시리즈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는 배우가 몇 명 안돼요. 그런데 이산과 같은 대하드라마는 더 많은 배우와 엑스트라, 스태프가 모여 작업을 해요. 같은 현장에서 나 혼자 잘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환경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데 함께 촬영하는 일이 없으면 볼일이 없잖아요. 일부러 식사 자리도 마련해서 같이 밥도 자주 먹게 되던걸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사랑하는 가까운 사람들이 죽어서 떠나 보내는 장면이랑 마지막에 제가 떠날 때의 장면이요. 영조는 할아버지로서 인생의 스승으로서 저와 함께 했던 인물이에요.
대본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고 들었어요.
연출자는 할 일이 굉장히 많아요. 드라마의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대본이 나오면 꼼꼼하게 읽어보고 바쁘신 감독님을 뒤에서 돕겠다는 생각으로 가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제가 말씀 드렸는데 그걸
높은 시청률로 인해 17화 연장방송이 결정되었을 때 어땠나요.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좋았지만, 저는 무조건 연장 방송을 반대했어요. 60부작으로 극의 흐름을 잘 조정해서 이야기를 구성해 놓았는데 시청률이 높다고 연장하는 것은 억지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긴 촬영기간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힘들었나요.
사극보다 스케쥴이 빡빡한 미니시리즈도 출연해 봤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힘들지 않았어요. 사실 촬영 기간에는 먹고 촬영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안 해요. 촬영 외에 다른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어요.
마지막 촬영 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기분이 묘했어요.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일찍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많이 상하더라고요. 좀 더 살았다면 세상이 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산’으로 2007 MBC 연기대상 최우수 남자 연기상을 수상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제가 열심히 노력한 것을 인정해주는 상이니까 기분이 좋았죠. 그런데 저는 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아요. 시상식이라는 것 자체가 상을 받아서 중요한 게 아니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잖아요. 상을 타러 가는 게 아니라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소식도 전할 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해요.
중간제목>>>>
밝은 캐릭터보다는 어두운 캐릭터가 좋다
2003년 MBC 퓨전 사극 <다모>로 인기 배우 반열에 오른 이후 <불새(MBC)> <‘연인(SBS)>에 <이산>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특히 사극의 경우 시청률을 보장한다는 주위의 평가가 부담스럽지 않나요.
제가 출연한 드라마여서 시청률이 좋았다는 것보다는 함께 한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 이하 스태프들이 열심히 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또 운도 좀 좋았고요. 주위에서 그런 평가를 처음 받았을 때는 부담을 갖고 일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신경을 쓰지 않는 걸 보니 좀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만약 사극 제의가 들어온다면 또 할 것인가요.
어떤 내용이냐가 관건이겠지만, 당분간 사극은 안할 생각이에요. 사극 연기에 자신이 생겨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하고 싶다고 해서 꼭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고요. 현재로서는 사극이 아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서요. 사극은 초반에 캐릭터 잡는 것이 어렵지만, 꾸준히 이어가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이 잘 돼서 그런지 연기하기가 쉬워져요. 반면 현대극은 초반에는 가볍게 시작하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더라고요.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을 꼽는다면?
다시 한 번 해 보고 싶은 배역이 있나요?
항상 다시 한 번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하는데, 다시 한 번 한다면 그 당시의 느낌을 살리지 못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속 캐릭터를 보면 밝은 분위기보다 아픔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많아요.
제가 밝은 캐릭터보다는 좀 어두운 캐릭터를 좋아해요. 원래 성격이 밝아서, 저와 다른 캐릭터에 도전을 하고 싶어요. 원래 성격을 하면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작품을 선택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던데, 작품 선택 기준이 무엇인가요.
작품 속의 제가 맡아야 할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연출할 감독을 믿고 따라갈 수 있을지 선택하기 전에 고민하는 편이에요. 연출자는 것은 배를 이끌어가는 선장같은 사람이에요. 저는 그 배의 항해사 정도라고 생각해요. 선장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야지 제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배가 다른 곳으로 가게 되잖아요. 그래서 연출에 굉장히 연출을 믿고 의지하는 편이에요. 제가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어도 연출을 믿고 따라가야 한다고 믿어요. 그러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를 일 년에 한
배우 생활의 롤 모델이 된 사람이 있나요.
누구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저의 가치관에 따라 연기를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에요. 존경할 만한 분들이 많지만 제 인생은 제가 사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이산 이후 현대극, 그것도 MBC 여름 특집 호러드라마 <혼(魂)>으로 롤링백 한 이유는?
혼의 연출을 맡은
처음으로 맡은 악연인가요?
두 번이나 해 봤어요. <별을 쏘다(SBS)>에서 악랄한 매니저로 나왔고요. <연인(SBS)>에서도 처음엔 비열한 깡패로 나왔어요. 세 번째 악역인데, 범죄심리학의 대가로 억울하게 죽은 혼이 빙의 된 여고생의 힘을 도구로 절대 악을 응징하려던 제가 오히려 악마가 되어가죠.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라 신나게 연기하고 있어요.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신인에 가까운 것이 좀 부담스럽지 않나요.
아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주 뛰어난 연기력을 바랄 수는 없지만 드라마에 대한 열정이 아주 높아요. 그런 신선한 감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시기다.
사실 저는 아직도 20대 같은 기분이에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아직은 심각하게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나이가 한 순간에 드는 것은 아니니까, 나이를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마흔 전에 결혼해서 예쁜 딸을 낳고 싶다고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의 생각은 어떠세요.
30대 초반에는 마흔을 넘기기 전에 결혼을 해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어요. 그런데 막상 마흔이 코앞에 다가오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가정도 중요하지만 일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어요.
혹시 일본에서 활동할 계획은 없나요.
드라마 소재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다루기 힘든 전문적인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정말 많잖아요. 그런데 제가 일본어를 거의 못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활동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일본 팬에게 한 말씀 남겨주세요.
일본에 팬 미팅이라는 공식적인 방문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자주 찾을 정도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저를 가끔 공항이나 의외의 장소에서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일본 팬들의 기대에 최대한 보답할 수 있도록 항상 일을 할 때도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프로필
팬레터 주소 : <IMPACT Entertainment>. Sejong B.D 9F, 97-23 Nonhyun-dong, Kangnam-gu,
'こまごました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주국제영화제 다녀와서..^^ (0) | 2010.05.03 |
---|---|
2009년 서면으로 진행된 장근석 인터뷰 질문지 (0) | 2010.04.29 |
천안함..그리고 금양98호.. (0) | 2010.04.19 |
봄이다.. (0) | 2010.04.09 |
도전 글쓰기!! (0) | 2010.03.29 |